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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어 Direction
2018.09.30 10:56:04
작성자 : KATA
조회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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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VS 유한

 

우리는 어떤 행동의 효력에 대해 논할 때, ‘어느 정도까지 해야 효과가 있는지를 궁금해 하고 따지게 된다. 지시어를 줄 때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지시어로 얘기를 하자면, 다음과 같은 궁금증들이 생길 수 있다. 어느 정도까지 의식을 해야 내 목이 진짜 자유로워지지? 뭐가 목이 자유로워진 상태지? 이 정도면 목이 자유로운 건가? 그런데 이에 대해 선생님께서 무한히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내가 지시어를 줄 때 무한히 자유로워진다는 생각을 했더니 목의 긴장이 한 단계 더 풀리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라는 규정을 짓는 것은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 착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해야 내 몸을 관찰하기 좋을 텐데, 나는 거울을 보며 뒤 공간 의식을 할 때 혼란스러웠다. 왜냐면 뒤 공간은 내 몸통 뒤에 있어야 할 공간인데, 거울 속에서는 그 뒤 공간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간의식을 할 때 뭘 어떻게 의식해야 할 지 혼란이 있었다. 백선생님께 이 말씀을 드렸더니, 거울 속 그 공간까지 의식하라고 하셨다. 처음엔 그 말씀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도 아마 내가 머리로 생각한(규정지은) 공간이라는 개념이 나를 착각에 빠지게 했던 것 같다. 공간이 뭔가. 그 누구도 공간이 꼭 그 방 안, 평방미터만큼의 부피라고 한 적 없었는데, 나 혼자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 이후로는 공간을 의식할 때, 방 공간을 의식하고 또 더 넓은 공간 속의 나를 의식해보려고 한다.

 

 

지시어는 범위의 확장

 

지시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범위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첫 번째는 스스로 지시어를 줄 때 의식적으로 확장하는것이고, 두 번째는 지시어를 주었을 때 몸이 확장되는자연스런 반응이다.

 

몸에 지시어를 줄 때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지시어를 주며 목을 의식했다면 두 번째 지시어를 할 때 목 의식을 놓치지 않고 있어야 한다. 다음 지시어를 했다고 그 전의 것을 잊으면 안 되고, 의식의 범위가 점점 넓어져 가야 한다. 또한 척추가 길어지고 넓어진다. 는 세 번째 지시어를 줄 때에는 등 뒤의 척추뿐만 아니라, 앞부분도 함께 길어지고 넓어진다고 의식을 해야 한다.멀티태스킹을 해야 하므로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최선생님께서 디렉션을 주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무척 인상 깊었다. 개인마다 움직임에서 걸리는 부분(선생님은 barrier라 부르셨다)이 있다. 예를 들어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돌리거나, 팔을 천천히 들어 올릴 때 매끄럽지 못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다. 걸리는 위치에서 포즈를 하고, 디렉션을 주면 barrier이 유해지고 움직임의 반경이 자연스럽고 넓어진다. 우리는 이것을 국지적 부위를 의식하고 디렉션을 주는 액티비티를 통해서 여러 번 경험했다. 최 선생님께서는 또 이것이 우리가 학생에게 핸즈온을 해주는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하셨다. 학생이 심하게 틀어지거나 무너진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날의 핸즈온으로 뚝딱 하고 AT 선생님들과 같은 자세를 만들 수 없다 하셨다. 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렇게 만드는 것은 인위적인 것이고 몸이 아주 싫어하는 상태라고 덧붙이셨다. 다만, 디렉션의 흐름으로 원래의 자세보다 조금 더 편해졌다면 그것이 핸즈온이라고 하셨다. 핵심은 지시어가 바른 자세를만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 그냥 지금보다는 조금 더 편안한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은 의식하는 거였네!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 중 하나는 이학년이 되고 나서 했던 어느 토요일의 발성 수업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날 수업의 궁극적 테마는 발성이었는데, 수업의 흐름은 기기로 시작하여 호흡, 그리고 발성으로 이어졌다. 어찌 보면 기기와 발성이 매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기기를 통해서 업디렉션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갖고, 세미수파인자세로 위스퍼 아를 하고 호흡을 내뱉을 때 그 업디렉션을 더 의식하고, 또 발성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몸 전체를 의식했더니 업디렉션이 저절로 살아났다. 이 날 수업은 다방면으로 얻은 것이 많은 수업이었다.

 

일단 업디렉션을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세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평소에 내가 업디렉션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에 선생님께서는 업디렉션을 더 요구하실 때가 있는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의지적이고 의도에 가득 찬 업디렉션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때, 백선생님께서 그렇죠라는 말씀을 하신다. 사실 나는 아직 이 업디렉션이 자연스러운 업디렉션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데, 이 날 기기 수업에서 평상시보다 더 강한 업디렉션을 주었을 때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이게 진짜 업디렉션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 업디렉션 덕분인지, 이 날 기면서 처음으로 사지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좌골부터 머리끝까지는 하나이고 진짜 내 의도 없이 몸이 알아서 기어가는 게 신기했다! 그 전에는 기었을 때 손목도 아프고 힘들었는데, 이 날은 기는 것이 정말 편했다.

 

기는 활동에서 업디렉션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업디렉션을 평소에 걸을 때도 가지고 있어야 하고, 특히 호흡을 내쉴 때 몸이 무너지기 때문에 업을 의식해야 한다. 이건 일학년 때 수업에서도 언급되었던 내용이므로 내용 자체가 새롭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몸과 지금의 몸은 달라졌으니 체험 후의 느낌도 달랐다. 이 수업 이후로는 호흡시간에 업디렉션을 무진장 주려고 노력한다.

 

그 다음은 발성인데, 선생님은 우리가 짝을 지어 책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또 관찰하고, F M 알렉산더의 책 읽는 사진을 보여주시며, 우리와 알렉산더의 다른 점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알렉산더는 읽음과 동시에 전체 몸을 의식하고 있었고, 우리는 읽는 데에 급급해 몸 의식은 놓치고 얼굴 부분만이 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3기 이태환 선생님의 도움으로 좌골로 앉아 몸 전체를 의식하고 업! 하고 책을 소리 내어 읽어봤는데, 순간 울컥했다. (왜 그랬을까? 전율이 있었다. 근데 눈물 나오려고 하는 것을 No를 하고 평정심을 되찾았다.) 일단 나의 목소리가 달랐다. 읽는 데 편했고 목소리에 긴장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진짜 업디렉션이 살아나고 공간 전체가 의식되었다. 중간 중간에 내 몸 의식을 전체적으로 계속 하는 것이 관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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